첫여름, 완주

less than 1 minute read

첫여름, 완주

06-wanju

김금희 작가의 ‘첫여름, 완주’를 읽었습니다.
처음 표지를 봤을 때는 싱그러운 여름의 성장담을 예상했지만,
책장을 덮을 때는 생각보다 서늘하고 깊은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습니다.

믿었던 선배에게 배신당하고 목소리마저 잃어버린 주인공 ‘손열매’.
그녀가 도망치듯 찾아간 완주에서 만난 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에는 ‘어저귀’라 불리는, 본명 ‘강동경’이라는 기묘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들은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한다”

강동경은 주민등록도 없이 숲속에 은둔하며 인간에게 지쳤다고 말하는 인물입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외모와 세상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은
이 소설을 마냥 따뜻한 동화로 머물지 않게 만듭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인간에게 실망한 그가
상처받은 열매에게 가장 본질적인 치유의 메시지를 건넵니다.

이 소설은 “다 잘 될 거야”라는 무책임한 낙관 대신,
상처 입은 존재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생명을 가진 것들이 서로를 돕고자 하는 본능,
그 기묘하고도 필연적인 연대가 이 책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름의 청량함 뒤에 숨겨진 서늘한 고독,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나는 묵직한 위로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Updated:

Leave a comment